상처와 대면하는 시간은 언제나 쉽지가 않다. 오늘 상담선생님께서 나눠 주신 A4용지에 달걀안에 태아기때부터 지금까지의 상처들을 적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태아기 때 부터 생각해 보니, 엄마가 느꼈을 법한 아픔과 갈등을 대면할 수 있었다. 종이 한장 가득채운 그림과 글씨들, 하나씩 꺼내보며 계속적으로 머물러 보며 작업하는 과정을 밟아 가야 한다.
나의 가장 큰 아픔 7살때 아버지가 떠났던 나룻터를 그동안 수십번 갔었다. 오늘도 그 나루터 가는 길을 만난다. 그 길에서 아빠를 보냈다. 그곳에서 나의 그리움을 만나고, 불안을 만나고, 불신을 만난다. 오늘은 나의 상처를 대면하며 그리며 큰 아빠를 쫓아가던 나는 아빠의 손을 붙잡았다. 아빠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어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오늘 드디어 떠나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
오늘 선생님이 준비한 활동은 검은 도화지와 테이프로 오늘 만났던 상처를 표현해 보는 것이었다. 오늘도 징검다리님은 두려움을 조형으로 표현해 내었고, 각자 다채롭게 각자의 아픔을 만나고 표현해 내었다. 나는 아빠를 보낸 신작로와 나룻터를 테이프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린내가 아빠를 보냈던 나룻터, 그 나룻터를 가기 위해선 10여분 걸어야 하는 긴 신작로가 있었다. 아빠를 따라 나룻터를 가던 나는 아빠의 손을 붙들었고, 아빠와 함께 배를 타 버렸다. 아빠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배가 떠나기 시작했을때 배와 땅과의 거리를 보며 여전히 마음이 아팠지만, 나는 잠시 활동을 멈추고, 아빠와 함께 배를 타고 가족을 떠나는 그 길을 함께 갔다.
그리곤 아빠와 함께 내가 잃어 버렸던 세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보낼 집으로 갔다. 아빠와 함께 맛난 식사를 하고, 아빠가 나의 피아노를 들어주시고, 열심히 공부하는 나를 지켜봐 주신다. 행복하다. 그리곤, 아빠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산책을 함께 해 본다. 허전하던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누구든 나이가 들어 부모를 떠나 독립하게 되지만, 나는 아직 아빠를 떠날 준비가 되지 못했다. 이제 만났기 때문이다. 아빠랑 더 같이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재밌게 같이 노래도 하고, 운동도 하고 더 아빠랑 놀다가 아빠를 떠나 보낼 수 있을 때 그 집을 나와야 겠다.
엄마도 동생들도 그 집에 함께 부른다. 잃어 버렸던 나의 학령기를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들어 본다.
받지 못했던 사랑도 받고 사랑도 드리고 말이다. 떠남이 나의 이슈인듯 하다. 자라서 둥지를 떠나 자신의 삶들을 개척하는 아이들과 함께 자녀들을 온전히 떠나 보내지 못해 마음 아파할때가 있다. 아버지를 만나며 마음에서 오히려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내가 아버지를 떠나게 될때, 나의 자녀들도 온전히 떠나 보낼 수가 있을 것 같다.
아버지 이야기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나는 아빠 부재의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어린시절 아빠의 존재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나의 옆을 지켜주는 남편의 존재가 문득 너무 고맙다. 더 이뻐하고 사랑하고 좋은 추억들을 함께 만들어야 겠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과제는 이 상처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신문지로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나는 신작료에서 붙든 아빠의 손을 신문지에서 찾아 오려 넣었다. 어린 나는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떠나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이 남겨준 메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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